안녕하세요.
쎄뇨라 사라입니다.
아르헨티나에 머물고 있는 지금,
도서관도 없고
가져온 책도 없어서
정말 도무지 뭘 해야할지 모르던 저에게
밀리의 서재는 아주 고마운 존재예요.
물론, 처음엔 1년 구독료가 아깝지 않도록
어떻게든 뽕을 뽑아야 한다는 다짐(?)으로 책을 찾다
그 중에서 리뷰가 많고
랭킹 상위에 있던 『스토너』를 눌러봤어요.


성인이 된 이후로
저는 줄곧 자기계발서만 읽어왔어요.
늘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라는 이유로,
실용적인 책들만 골라 읽었죠.
그런 제가 소설을 읽게 된 계기는,
사실 조금 우습습니다.
그저 남들도 다 읽었다는데
저도 읽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중간중간 지루해질 시점.
다들 알고있는 그 감동을
저는 못느끼는 것 같아
꾸역꾸역 끝까지.
다 읽었습니다.
알고봤더니 장편이더라구요?
어쩐지 길더라....

그런데 시간이 지날 수록
저는 그 조용한 문장들 속에 오래도록 머물게 되었습니다.
제가 마지막으로 읽은 ‘소설’이라고 하면,
아마도 학창 시절에 읽었던
몽실언니, 키다리아저씨 이정도 였어요.
그 이후로는 소설보다는
공부, 취업, 육아,
자기계발에 더 가까운 책들만 읽었던 것 같아요.
삶이 바쁘고, 생각이 복잡해질수록
책에서 ‘정답’을 찾고 싶어졌거든요.
(물론 지금도 정답을 찾고 싶을 땐,
책을 뒤지곤 해요..)
하지만 『스토너』는 그런 저에게
다시금 소설이라는 세계를 열어주었어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이 글을 올리고 있는 이유일수도 있겠어요.
"왜 이 책이 지금의 나에게 이렇게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오는 걸까?"
스토너의 조용한 삶이
그저 지루하고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해요.
하지만 매일을 최선을 다해 살아내는 삶이
얼마나 값진지 조금은 알 것 같았습니다.
성공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누구의 눈에 특별해 보이지 않아도
나만의 방식으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살아내는 것도 충분히 의미 있다고
이 책은 말없이 제게 전해주었습니다.
그래서 『스토너』는
크게 울리지 않지만 오래도록 남는,
마치 빗소리처럼 조용히 스며드는 책이네요.

왜 사람들은 소설을 읽는 걸까?
이제 조금 알 것 같습니다.
예전엔 소설을 읽는 시간이 왠지 ‘비생산적’이라고 느껴졌어요.
당장 도움이 되는 정보를 주는 것도 아니고, 답을 알려주는 것도 아니니까요.
하지만 『스토너』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이 소설을 읽는 이유는,
정답이 아닌 공감을 얻기 위해서라는 것을요.
스토너의 삶은 제 삶과는 다르지만,
그 안의 감정들은 낯설지 않았습니다.
외로움, 무력감, 작지만 소중한 기쁨,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감정들…
그 모든 것이 책을 통해 제 마음속에서 조용히 울렸습니다.
소설은 어쩌면,
삶을 더 깊이 바라보게 하고,
타인의 마음을 조심스럽게 들여다보게 하고,
무엇보다 내 안에 있는 나를 더 잘 이해하게 해주는…
비로소 저는 왜 많은 사람들이 소설을 사랑하는지 이해하게 되네요.
그리고 앞으로는 저도, 더 많은 이야기를 만나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지금은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라는 책을 읽고 있어요.
차분히 또 리뷰할게요.
그럼 주말 잘 보내시고요~!
감사합니다.